적도기후(Equatorial Climate)란?
먼저 적도에 대한 개념부터 살펴보자. 지구는 적도를 기준으로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뉜다. 북반구는 북극과 적도 사이에서, 남반구는 남극과 적도 사이에서 각각의 기후대가 형성된다. 기후학에서는 이처럼 북반구와 남반구의 기단을 나누는 중앙선으로 적도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적도기후를 만드는 기단이 적도기단이다. 그런데 적도기단은 지리적으로 위도 0°에만 위치하지는 않는다. 태양고도의 변화에 따라 북위나 남위 20° 전후까지 이동한다. 한국의 여름철에는 적도기단이 북위 10~20°까지 북상한다. 따라서 기상 관측에 의한 적도나 1년 동안의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지대를 이은 추상적인 개념의 열적도와는 다르다.
적도기후는 쾨펜의 기후구분에서는 독립적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적도를 중심으로 위도 10° 이내의 지역에서 현저하게 나타나는 기후를 말한다. 따라서 쾨펜 기후구분의 열대우림지역과 상당 부분 겹치게 된다. 중앙아메리카, 서인도 제도, 남미 아마존 지역, 인도차이나, 필리핀 제도가 이 기후에 속한다. 그러나 적도 부근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이 적도기후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프리카의 건조지역이나 고산지역 등은 다른 기후구에 속한다.
적도기후의특징
적도기후는 적도 부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며 낮의 길이가 1년 내내 비슷하다. 고온다습한 가장 전형적인 열대기후이며, 연중 태양고도가 높아 태양복사에너지가 많이 유입된다. 이 때문에 기온이 높아 연평균 25℃ 이상의 고온현상을 보인다.
일조시간은 이론상 가장 길어야 하지만 구름양이 많아 상대적으로 길지는 않다. 이 때문에 생각보다는 기온이 덜 올라간다. 연교차가 5℃ 이내이나 낮과 밤의 최고 기온차는 10℃ 정도다. 연교차보다 일교차가 더 높은 것이다. 그래서 “1년의 4계절은 없지만 1일의 4계절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적도기후권으로는 무역풍이 수렴되는데, 적도를 기준으로 형성되는 열대수렴대는 기압이 낮다. 그리고 고도에 따른 온도 변화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편이다. 반면에 공기의 상승기류가 매우 활발하다. 이 때문에 적도 부근에서 구름이 많아지고 비가 많이 내린다. 연중 비가 내려 습도도 높다.
건기와 우기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태양이 적도 바로 위를 통과하는 춘분‧추분을 전후하여 특히 비가 많이 내린다. 이때가 적도에 있는 열대수렴대의 활동량이 가장 많을 때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6시쯤에 스콜(squall)이 내리는 특성이 있으며, 연평균 강수량은 1,500~2,500㎜ 정도다. 강수량이 많다 보니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강이 두 개나 있다. 아마존 강과 콩고의 자이르 강이다. 바람의 탁월풍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해풍, 육풍, 산풍, 곡풍 등 국지풍이 발달한다.
적도기후의식생
적도의 삼림은 생태학적 자원이 놀랄 만큼 풍부하다. 풍부한 태양에너지와 강수량으로 인해 나무와 풀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자란다. 주력 수종은 상록수이며 우림이 만들어져 생명체들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된다.
적도기후의 우림은 같은 면적의 온대림에 비해 통상 식물 종류가 10배 이상 다양하고 밀도는 2~3배 높다. 전체 육지 면적의 7% 밖에 안 되는 이 지역에 지구 생물종의 50% 이상이 서식하는 이유다.
적도기후대에 속하는 아마존 지역과 콩고는 3개월이 넘는 건기가 있다. 그럼에도 그전에 내린 비가 우림 안에 축적되어 식물 성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평상시의 평균 습도가 75%로 높은 편이며 심할 때는 90%까지 기록한다.
따라서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도 가뭄은 오지 않는다. 대기뿐 아니라 바다와 지표면, 식물군에 저장된 수분이 충분한 물을 공급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엘니뇨 현상 때문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할 경우 인도네시아 등의 열대우림지역에서는 가뭄의 영향을 받는 곳도 있다.
열대우림의파괴와기후변화
최근 들어 적도기후대의 변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함께 인간의 무분별한 열대우림 파괴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840ha)의 38배에 해당되는 열대우림이 매일 같이 없어지고 있다. 15억 ha를 넘었던 열대우림 면적은 이제 절반도 안 되는 약 6억 ha만이 남아 있다.
2014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열대우림이 이번 세기 안에 70% 가량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이유로는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난개발, 즉 무분별한 가축 방목이나 연료 채취, 이동식 경작, 목재 사용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새로운 도시 조성, 광물자원 채굴 과정에서 파괴가 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원주민들이 생활터전을 빼앗기고, 수많은 희귀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사라지면서 생물종의 멸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각종 질병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원천 원료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열대우림의 파괴가 기후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열대우림은 우기 때 물을 보존했다가 건기 때 생명체에 수분을 공급한다. 그러나 우림이 파괴되면 토양층이 강렬한 햇빛과 폭우에 노출된다. 비가 내리면 토양이 유실되고 가뭄과 홍수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지적인 기후가 변하는 것이다. 또 열대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은 열대우림이 완전히 사라지면 지구 평균기온이 0.7℃ 정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열대우림 중 가장 파괴가 심각한 곳은 아마존 우림이다. 아마존 우림은 전 세계 삼림에서 배출되는 산소량의 4분의 1 정도를 책임지고 있어 ‘지구의 허파’로 불릴 정도다. 그런데 이 아마존 숲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면적의 3배인 6,500만 ha가 파괴되었다. 룰라 대통령이 집권한 2008년 이후부터는 아마존 우림 파괴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다시 우림 파괴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의 아마존 우림 파괴 면적이 서울 면적의 8.6배에 달했다.
툰드라기후(Tundra Climate)란?
앞의 적도기후와 대별되는 기후가 극기후다. 극기후 중 빙설기후는 이미 다루었으므로 여기에서는 툰드라기후를 설명한다. ‘툰드라’란 용어는 핀란드어로 ‘수목이 없다’는 뜻이다. 또는 고위도나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의 땅바닥에 붙어서 자라는 식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상학자 쾨펜은 그 범위를 최난월 평균기온 0~10℃의 지역으로 구분했다.
툰드라기후의 저위도 쪽 한계는 최난월 평균기온 10℃ 선이다.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수목한계선(tree line)과 일치한다. 툰드라기후의 극 쪽 한계는 최난월 평균기온 0℃ 선이다. 빙설기후(EF)와의 경계이며 지표면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한계다. 낮은 언덕 내부는 영구동토다. 표층만이 짧은 여름 동안에 녹아서 이끼 종류가 무성하고 낮은 관목이 섞여서 자란다. 긴 겨울 동안에는 빙설로 덮여 있다. 동토기후라고 부르는 이유다.
툰드라기후는 남북위 60~75° 사이의 위도대에 위치하지만 대부분 북반구에 분포한다. 북극해를 둘러싸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 북부와 알래스카의 북쪽 사면과 허드슨 만 등 북아메리카 북부, 그린란드 주변의 해안과 북극해의 여러 섬, 아이슬란드 북부 등에 툰드라기후가 나타난다.
그린란드 섬의 북쪽에서는 해류의 영향으로 북위 80°를 넘어서도 툰드라기후가 분포한다. 높은 산맥의 일부에서도 볼 수 있다. 남반구에서는 남아메리카의 남서단과 남극반도(Antarctica Peninsula) 북부,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 등이 툰드라기후를 보인다.
툰드라기후의특징
툰드라기후는 겨울이 길고 추우며, 여름은 짧고 냉량하다. 일 년 중 3개월 정도만 지표면이 녹아 있으며 최난월 평균기온은 4~10℃ 정도다. 최난월이라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가 있고, 한여름을 제외하면 항상 서리가 내린다. 내륙에 위치한 툰드라기후지역의 최한월 평균기온은 -35~-32℃이다.
겨울에는 혹한이 지속되며 -45℃ 이하가 되는 날도 있다. 해안에 위치한 곳은 그보다 온화하다. 툰드라기후도 빙설기후처럼 겨울철에는 심한 혹한이 발생한다. 그러나 툰드라기후는 대부분 해양의 영향을 받고 있어 빙설기후보다는 덜 춥다. 극야(極夜)와 해양의 영향으로 최한월은 주로 2월에, 최난월은 7월에 나타난다.
기온의 연교차는 매우 크다. 그러나 일교차는 밤과 낮 동안의 일사량 차이가 크지 않아 적게 나타난다. 많은 툰드라기후지역이 해양을 접하고 있음에도 수증기량이 적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대기 중에 수증기를 많이 함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화수증기압이 낮아 쉽게 응결하므로 하층운의 고도가 다른 위도대보다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극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가 많아 대류운이 발달해 강수를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연평균 강수량은 250㎜ 이하가 대부분이다. 따뜻한 여름철에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월별 강수량의 차이는 크지 않다. 눈은 아주 작은 알갱이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건조하고 추운 기상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내린 눈이 연중 쌓여 있어 바람에 날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눈 내리는 풍경을 실제 강설보다 더 많이 보게 된다. 툰드라기후지역에서는 여름철에 복사무, 겨울철에는 빙설무가 발생하며, 낮에 해안을 따라 해무가 발생할 때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툰드라지역에서도 농사와 목축을 했던 시절이 있다. 서기 700년경에 찾아온 기후온난기 때였다. ‘붉은 털’ 에리크라는 사람이 그린란드 해안을 3년 동안 탐험한 끝에 피오르드 안쪽에서 좋은 목초지를 찾아냈다. 그는 이곳을 살기 좋은 푸른 땅이라는 뜻의 그린란드(greenland)로 선전했고 사람들은 신천지를 향해 따라나섰다.
1000년경에는 인구가 근 5,000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양과 염소의 목축과 간단한 식량 재배, 그리고 순록과 바다표범을 잡으며 살아갔다. 그러나 1400년대 초반에 온난기가 끝나면서 소빙하기가 닥쳐왔다. 여름이 짧고 추워지면서 안개와 비가 많이 내려 식량생산이 줄어들었다.
눈이 내리는 춥고 긴 겨울은 가축과 순록의 번식을 방해했다. 떠내려 오는 빙하가 늘고 해수 온도가 낮아지면서 물고기들이 사라지자, 물고기를 먹고 사는 바다표범도 사라졌다. 혹독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이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찾아온 기후온난기로 지금은 다시 그린란드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툰드라기후의식생
툰드라지역의 대표적인 식생은 이끼류 등 작은 식물이다. 하천 주변에는 나무가 자라기도 하지만 키가 작은 관목 사이로 풀이나 이끼 등이 덮여 있다. 토양 밑은 거의 영구동토층이다. 따라서 수분이 밑으로 침투하지 못해 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에 녹으면 뻘 같은 포화상태가 된다.
툰드라에서는 유상구조토(瘤狀構造土, earth hummock)라는 독특한 지형을 볼 수 있다. 식물 피복으로 덮인 미립퇴적물의 지표면상에서 물질의 분급(分級) 현상을 동반하지 않고 형성되는 구조토를 말한다. 툰드라에서 연속적인 군집 형태로 넓게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모양은 둥근 묘지를 축소시켜 놓은 상태이고 높이는 30㎝를 넘지 않는다.
이는 식생의 피복에 따른 열전도율의 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겨울에 동결이 시작될 때 식생으로 피복되지 않은 토양은 빨리 동결‧팽창된다. 그러나 식생으로 피복된 토양은 식생이 단열재 역할을 하므로 아직 융해 상태에 있게 된다. 이때 먼저 동결된 토양이 팽창하고 융해 상태의 토양을 밀어 올리면서 결국 유상구조토가 형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화구원의 초지에 지름 50~100㎝, 높이 20~30㎝의 유상구조토 수백 개가 군집을 이루며 발달해 있다. 밟으면 쉽게 꺼지는 느낌이 들어 걷기가 어렵다.
툰드라지역의 동물 종은 많지 않지만 각 개체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순록이 이 지역의 대표적인 동물이고 방목지를 돌아다니면서 풀이나 이끼류를 뜯어먹는다. 사향소도 지의류를 뜯어먹고 살아간다. 늑대와 북극여우, 북극곰도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다.
툰드라지역의기후변화
최근 기후변화의 희생양으로 불리는 북극곰의 경우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북극곰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음이 필요하다. 북극곰은 먹이 사냥이나, 짝짓기, 원거리 이동 등을 모두 얼음 위에서 한다.
북극곰은 얼음 위에 나와서 쉬고 있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들을 주로 잡아먹는다. 얼음이 녹기 전에 집중적으로 먹어 몸집을 평소의 2~4배까지 불려놓아야 한다.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 바다표범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극곰은 최근 들어 사냥에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많이 녹는 바람에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얼음이 얼어 있는 기간이 짧다 보니 바다사자와 바다표범이 얼음 위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진다. 게다가 점점 더워지는 날씨도 북극곰에겐 견디기 힘든 것이 된다. 미래전문지 퓨처리스트(Futurist)는 2020년을 전후로 북극곰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 것이라고 예견한다.
툰드라지역의 건물은 열대의 고상가옥처럼 바닥을 높게 짓는다. 기둥을 영구동토층까지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표층이 녹아 가옥이 붕괴될 수도 있다. 사회 인프라인 상하수도관이나 가스관 등도 지하에 매설하지 않는다. 기온상승으로 표층이 상승하면 파괴될 수 있기에 관들이 지표 위로 노출되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의 또 다른 문제점은 영구동토가 녹는다는 것이다. 동토대 밑에 묻혀 있는 메탄가스가 분출되면 온실가스량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기후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 퇴적물이 자갈은 자갈끼리, 모래는 모래끼리 쌓이는 현상

- 글
- 반기성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 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연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 등 15권이 있다.
주석
- 1
- 소낙성 강수
- 2
- 극지방에서 겨울철에 해가 뜨지 않고 밤이 지속되는 기간.
- 3
- 퇴적물이 자갈은 자갈끼리, 모래는 모래끼리 쌓이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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